반응형 전체 글163 르네상스 살롱에서 와인이 만든 대화의 미학 르네상스의 살롱은 단지 귀족의 응접실이 아니라, 지식과 취향이 교환되는 작은 공론장이었다. 그곳에서 예술과 철학, 과학과 정치가 서로의 언어를 빌려가며 섞였고, 대화는 작품만큼이나 중요한 성취로 여겨졌다. 흥미로운 점은 이 대화의 중심에 자주 와인이 놓였다는 사실이다. 와인은 사람을 무너뜨리는 도구가 아니라, 말의 속도를 조절하고 긴장을 풀어 품위를 유지하게 하는 ‘사회적 장치’로 기능했다. 적당한 취기는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게 만들고, 지나친 공격성을 누그러뜨리며, 서로 다른 계급과 성별, 직업의 경계를 잠시 희미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살롱의 대화는 단순한 잡담이 아니라, 논쟁과 설득, 인용과 비유가 어울린 하나의 예술 형식으로 발전했다. 이 글은 르네상스 살롱의 대화가 어떤 규칙과 기대 속에서 구.. 2026. 1. 14. 중세 수도원의 맥주가 성가와 필사를 지탱한 이유 중세 유럽에서 술은 거리의 소란만을 상징하지 않았다. 오히려 수도원이라는 가장 엄격한 공간에서 술, 특히 맥주는 생존과 노동, 그리고 신앙의 질서를 함께 떠받치는 실용적 자산이었다. 당시 물은 언제든 오염될 수 있었고, 장거리 보관도 어려웠다. 반면 양조 과정에서 끓이고 발효하는 맥주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으며, 영양과 열량을 제공해 금식과 노동이 반복되는 수도 생활에 현실적인 도움을 주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맥주가 단지 ‘마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성가를 부르는 시간의 리듬과 필사본을 만들어내는 긴 집중을 가능하게 했다는 사실이다. 촛불 아래에서 자음 하나를 옮기는 손끝, 합창대가 호흡을 맞추는 순간, 그리고 양조실에서 거품이 올라오는 냄비의 온도는 서로 다른 노동처럼 보이지만, 수도원이라는 한 시.. 2026. 1. 14. 로마의 향연 문화가 시와 음악을 키운 방식 로마의 술자리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사회를 움직이는 정교한 무대였다. ‘콘비비움(향연)’이라 불린 연회는 권력자와 지식인, 예술가가 한 공간에 모여 교양을 과시하고 관계를 다지는 자리였으며, 그 중심에는 언제나 포도주가 놓였다. 술은 식탁 위의 음료를 넘어 대화의 온도를 올리고, 침묵을 깨고, 경쟁과 유희를 자연스럽게 끌어내는 장치로 기능했다. 특히 시 낭송과 즉흥적인 재담, 음악 연주는 향연의 격을 결정하는 요소였고, 손님들은 한 편의 시를 들으며 자신의 취향과 학식을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예술은 ‘공연’이자 ‘사회적 언어’가 되었고, 술은 그 언어가 흐르는 속도를 조절했다. 로마의 향연 문화가 시와 음악의 발달에 기여했다는 말은 술이 재능을 만들어냈다는 뜻이 아니라, 예술이 필요해지는 환경과 수요.. 2026. 1. 14. 디오니소스의 술과 축제가 연극을 낳은 과정 고대 그리스에서 술은 단순한 기호품이 아니라 신과 인간의 거리를 잠시 좁히는 의례의 매개였다. 특히 포도주와 광희의 신 디오니소스는 ‘취기’라는 상태를 통해 인간이 평소의 규범을 벗고, 노래와 춤과 이야기로 자신을 드러내게 만든다고 여겨졌다. 이 믿음은 축제의 형태로 제도화되었고, 그 축제는 다시 경쟁과 규칙을 갖춘 공연 예술로 발전했다. 즉, 술이 예술을 직접 만들어냈다기보다 술이 허락한 해방의 분위기와 집단적 리듬이 예술의 토양이 되었다. 디오니소스 축제에서 합창대가 부르던 노래와 행렬, 가면과 분장, 관객의 함성은 어느 순간 ‘극’이라는 구조를 갖추며 비극과 희극의 문법으로 정착한다. 이 글은 디오니소스 신앙의 핵심 정서가 어떻게 무대 예술의 탄생과 연결되었는지, 그리고 취기와 예술이 맺은 관계가 .. 2026. 1. 13. 술이 예술가의 창작 동기를 자극한다는 믿음의 역사 술과 예술의 관계는 늘 양면적이다. 한 잔의 술이 혀를 풀고 마음의 빗장을 풀어, 평소라면 숨겨 두었을 감정과 생각을 밖으로 밀어 올린다는 믿음은 오래전부터 반복되어 왔다. 예술가들은 술을 ‘영감의 문지기’처럼 여기기도 했고, 대중은 예술가의 고독과 결핍을 술잔에 겹쳐 보며 낭만으로 포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술이 창작을 돕는다는 서사는 종종 전설과 상업, 시대의 분위기 속에서 과장되며 굳어졌다. 이 글은 ‘취한 영감’이라는 통념이 어디서 비롯되었고, 어떤 시대적 장면을 거쳐 미학으로 굳어졌으며, 오늘날에는 어떤 방식으로 다시 검토되고 있는지 차분히 따라간다. 신화와 현실, 의식과 중독의 경계를 나누어 보며, 술이 예술에 남긴 흔적을 비판적으로 살펴본다. ‘취한 영감’이라는 신화는 어떻게 탄생했는가예술가가.. 2026. 1. 13. 직장인 예술 취미, 술이 도움이 될까 2026년, 예술 취미를 시작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바쁜 일상 속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그림, 음악, 글쓰기를 택하는 이들이 많죠. 그런데 일부 직장인들은 술 한잔을 곁들여 창작에 몰입하는 습관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술은 과연 예술 취미에 도움이 될까요? 직장인 창작자들의 실제 경험과 현재 사회 흐름을 통해 그 관계를 살펴봅니다. 퇴근 후 한잔, 창작에 긍정적일까?직장인의 하루는 길고 지칩니다. 이로 인해 퇴근 후 술을 찾는 사람도 많고, 예술적 취미 활동을 통해 내면을 정리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둘을 함께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퇴근하고 와인 한 잔 마시면서 일기 쓰는 게 루틴”이라는 사례처럼 말이죠.이처럼 술은 긴장을 풀고 감정을 부드럽게 만들.. 2026. 1. 13. 이전 1 2 3 4 5 ··· 2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