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퇴근 후 연장 근무’로 불렸던 회식은, 한국 직장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였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회식문화도 급격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본문에서는 전통적인 회식의 모습과 문제점, 최근 변화된 회식 트렌드, 그리고 직장인들이 진짜로 원하는 회식 문화를 분석해 봅니다.
전통 회식문화의 뿌리와 문제점
한국의 전통적인 회식문화는 군대식 위계문화와 고도성장기 조직문화의 영향을 받아 발전해 왔습니다. 1970~1990년대 직장에서는 ‘회식은 소속감과 충성심의 표현’으로 간주됐으며, 음주 중심의 회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상사의 건배사에 이어 술잔 돌리기, 폭탄주 돌기, 2차·3차 이어지는 긴 술자리는 하나의 ‘의무’처럼 여겨졌습니다. 이러한 문화는 조직 결속력을 높인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지만, 동시에 강압적인 분위기와 과음으로 인한 부작용도 많았습니다. 특히 음주를 강요받거나, 회식에 불참하면 팀워크 부족으로 간주되던 분위기는 많은 직장인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요소였습니다. 또, 여성 직장인이나 신입사원에게는 심리적 부담과 불편을 유발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과도한 회식은 피로 누적, 업무 집중도 저하, 건강 악화 등 다양한 문제를 초래하며, 실제로 회식 다음 날 결근율이나 지각률이 높아지는 현상도 보고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럴 수도 있다’는 문화는 오랫동안 유지되어 왔습니다.
변화하는 회식문화: 자율성과 다양성의 시대
2010년대 이후, 특히 MZ세대의 등장과 함께 회식문화는 크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강요 없는 회식’과 ‘업무 시간 내 진행’입니다. 최근 많은 기업은 정해진 근무 시간 안에서 회식을 1차로 간소화하며, 음주를 하지 않아도 참여할 수 있는 회식을 선호합니다. 이른바 ‘점심 회식’, ‘브런치 회식’, ‘카페 회식’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음주 중심에서 벗어나 다양한 테마형 회식도 생겼습니다. 함께 영화 보기, 팀 단위 여행, 보드게임, 쿠킹 클래스, 스포츠 관람 등 비음주 중심의 활동도 회식으로 인정받으며, 참여자의 취향과 관심사를 고려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구성원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조직문화가 정착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또한, 최근에는 개인의 알코올 선호도, 건강상 이유 등을 존중하며 ‘술 강요 금지’가 사내 정책으로 명시된 기업도 많아졌습니다. 회식이 ‘모두 함께 해야 하는 자리’가 아닌 ‘함께할 수 있는 기회’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참석과 불참의 자유도 보장되고 있습니다.
직장인이 원하는 진짜 회식문화는?
대부분의 직장인은 ‘무조건 없애자’는 입장보다는, 좋은 회식문화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원하는 회식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 시간과 장소의 자율성: 퇴근 후 강제 참여보다는, 미리 공지되고 선택 가능한 시간과 장소를 선호합니다. 점심시간이나 금요일 퇴근 직후의 1차 회식이 대표적입니다.
- 다양한 주제의 회식: 맛집 탐방, 요리 체험, 문화 활동, 봉사활동 등 구성원의 취향에 맞는 회식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 음주 선택권 보장: 술을 마시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고, 대신 음료나 디저트, 대체 음식이 함께 제공되는 배려가 필요합니다.
- 실질적인 휴식과 소통: 업무 연장의 연장선이 아닌, 진정한 휴식과 사람 간 소통이 이루어지는 자리를 원합니다. 상사 눈치 보며 억지로 앉아있는 분위기는 지양되어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이처럼 직장인들이 바라는 회식은 단순한 의무나 형식이 아닌, ‘함께 더 나은 관계를 만들기 위한 도구’로서의 회식입니다. 회식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진짜 해답입니다.
과거의 회식문화는 조직 중심, 음주 중심의 문화였지만, 이제는 개개인의 다양성과 가치관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회식을 통해 팀워크를 다지는 전통은 이어가되, 그 방식은 유연하고 자율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직장 내 회식이 모두에게 편안하고 의미 있는 자리가 되기 위해서는 강요보다는 공감, 부담보다는 배려가 중심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