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음주가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는 말의 진실과 우리가 오해해 온 부분
“술은 혈액순환에 좋다”, “적당히 마시면 몸에 이롭다”는 말은 오랫동안 당연한 상식처럼 전해져 왔다. 특히 와인이나 소량의 술이 심장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음주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말은 언제, 어떤 조건에서 나온 이야기인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 글에서는 ‘적당한 음주가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에 담긴 배경과 한계를 살펴보고, 왜 이 말이 오늘날에는 조심해서 받아들여야 하는지 차분히 정리한다. 막연한 기대 대신, 몸의 반응을 기준으로 음주를 바라보는 시각을 갖는 것이 목적이다.

서론: 왜 우리는 술을 건강과 연결해 왔을까
술과 건강을 연결하는 인식은 생각보다 오래된 역사 속에서 만들어졌다. 술을 마시면 얼굴이 붉어지고 몸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혈액순환이 잘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여기에 “와인은 심장에 좋다”, “한 잔 정도는 오히려 약이다” 같은 말들이 더해지면서, 적당한 음주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굳어졌다.
특히 바쁜 일상 속에서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도구로 술을 선택하는 사람들에게 이 말은 매우 매력적으로 들린다. 즐거움도 얻고, 건강에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은 심리적인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 하지만 문제는 이 인식이 ‘느낌’과 ‘부분적인 결과’에 지나치게 의존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이 글에서는 왜 술이 혈액순환에 좋은 것처럼 느껴지는지, 그리고 그 느낌이 실제 건강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하나씩 짚어본다.
본론: 혈관 확장 효과와 그 이면에 숨은 반응
알코올은 섭취 직후 혈관을 확장시키는 작용을 한다. 이로 인해 피부 혈관이 넓어지면서 얼굴이 붉어지고, 몸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이 현상만 놓고 보면, 혈액순환이 좋아진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일부 연구에서는 아주 소량의 음주가 특정 집단에서 심혈관 사건 위험을 낮췄다는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효과는 매우 일시적이다. 혈관 확장 이후에는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심박수와 혈압이 다시 상승하는 반응이 뒤따른다. 즉, 몸은 균형을 맞추기 위해 반대 방향의 조절을 시도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혈관은 점점 자극에 예민해지고, 오히려 안정성을 잃게 된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연구 결과가 적용되는 조건이다. 이른바 ‘적당한 음주’ 효과는 매우 제한적인 인구 집단과 엄격한 조건에서 관찰된 경우가 많다. 규칙적인 생활, 낮은 음주 빈도, 다른 위험 요인이 거의 없는 상태가 전제된다. 현실의 음주 습관과는 거리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이러한 연구 결과가 음주자의 생활 습관 전반, 사회경제적 요인 등의 영향을 충분히 배제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다시 말해, 술 자체의 효과라기보다는 술을 소량 마시는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크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술이 혈관을 ‘관리’해 주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는 진짜 요소는 운동, 수면, 식습관, 스트레스 관리처럼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자극이다. 술은 이 중 어느 것도 대신해 주지 않는다.
결론: ‘적당한 음주’라는 말이 가장 위험해지는 순간
적당한 음주가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는 말은 맥락 없이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많은 전제가 붙어 있다. 그 전제를 하나라도 벗어나는 순간, 기대했던 이점은 사라지고 부담만 남게 된다. 특히 음주 빈도가 늘어나거나, 스트레스 해소 수단으로 술을 선택하는 경우라면 이 말은 오히려 건강을 방해하는 자기 합리화가 되기 쉽다.
혈액순환은 순간적인 혈관 확장이 아니라, 혈관이 안정적으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술은 혈액순환을 돕는 도구라기보다, 일시적인 착각을 주는 자극에 가깝다. 몸이 따뜻해졌다는 느낌이 반드시 건강해졌다는 뜻은 아니다.
술과 건강의 관계를 현실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술에 어떤 ‘기대 효과’를 부여하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술은 즐거움을 위한 선택일 수는 있지만, 건강을 위한 선택이 되기는 어렵다. 이 기준이 분명해질수록 음주에 대한 판단도 훨씬 명확해진다.
이 글이 ‘적당한 음주’라는 말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 다음 글에서는 과음이 고혈압을 부르는 이유에 대해, 혈압 조절 시스템의 관점에서 이어서 살펴볼 예정이다.